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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사설업체들은 왜 깨진 액정을 사들이는 걸까?

by SenseChef 2013. 12. 24.

쓰지도 못할 깨진 액정, 왜 사설 수리업체들은 사들이는 걸까 ?

 

요즘 스마트폰의 깨진 액정을 구매하는 업체들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의아심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아니 깨진 액정을 뭐에 쓸려고 사 들이는 걸까 ?' '그들이 아무 데에도 쓸수 없는 걸 사들이는 바보들이란 말인가 ?'


한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깨진 액정을 수리한 후 이를 소비자들에게 반환치 않다가 소비자 반발 때문에 최근 정책을 바꿨다고 한다(출처: 깨진 액정 돌려 드려요,.. 결국 두손). 그렇다면 이들은 왜 고장나 더 이상 쓸모없는 액정을 반환치 않고 문제를 키웠을까 ?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깨진 액정에 대한 의문들이다. 깨진 액정에는 분명 무엇인가 숨겨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듯하다. 기업들이 돈이 되지 않는 곳에 집착할리 없기 때문이다.


깨진 액정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을까 ? 소비자들이 정확히 알아야만 하는 것이 무엇일까 ?


깨진 액정에 담긴 비즈니스 모델의 의문, Image source: Office clip art


 

사설 수거 업체들은 스마트폰의 화면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액정을 매입하지 않는다. 왜 ?

 

깨진 액정, 파손 액정을 매입하는 카페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증상별로 매입 기준이 다르다. 아래는 실제로 한 업체가 적용하고 있는 수거 기준이다. 파손된 상태에서 화면이 나오는지, 터치가 동작 되는지, 잔상이 있는지, 화면에 멍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액정 파손 시 매입 기준

  LCD, 터치 정상 작동, 유리만 파손(잔상 없는 경우)

  갤럭시 노트3 12만원

  LCD, 터치 정상 작동, 유리만 파손(잔상 있는 경우)

  갤럭시 노트3 6만원~9만원

  LCD, 터치 정상 작동, 유리만 파손(잔상의 정도, 파손이 심한 경우)

  갤럭시 노트3 3만원~5만원

  LCD, 터치 둘 중 한개라도 문제가 있는 경우, 먹통, 멍이 든 경우

  갤럭시 노트3 2만원


그런데 위의 조건들을 유심히 살펴 보면 화면(LCD)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파손된 액정을 전혀 매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스마트폰에서 실질적으로 화면을 나오게 해 주는 부품은 액정(LCD)이다.


따라서 화면인 LCD가 정상 작동한다는 것은 가장 비싼 부품인 액정이 파손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깨진 액정이란 표현보다는 강화 유리 파손이 적절하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액정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부품이 함께 묶여있는 모듈(Module) 부품이다. 단지 가장 비싸면서 대표적인 부품이 액정이기에 모듈 이름을 '액정' 또는 'LCD'라 부르는 것이다. 


아래의 스마트폰 구조에 대한 사진을 보자. 스마트폰의 화면을 표시해 주는 액정이 가장 깊숙히 위치해 있고, 그 위에 터치 기능을 담당하는 터치 스크린이 있다. 그리고 가장 위에는 터치 스크린이나 액정을 보호하기 위한 강화 유리가 덮여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떨어 뜨리면 강화 유리가 깨지면서 밑에 있는 부품들을 보호한다. 단지 충격이 심한 경우에 한해 터치 스크린이나 액정까지 파손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스마트폰의 액정 파손은 실제로는 강화 유리의 파손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제조업체에서는 A/S시 강화유리+터치+액정을 모두 교체하니 수리 비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제조업체의 서비스센터에서는 강화유리만 파손 되었더라도 강화유리+터치스크린+액정을 모두 교체한다. 해당 부품들이 한개로 묶여져 모듈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리 비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사설 수리 업체들은 고장난 부품만을 교체한다. 강화 유리만 파손된 경우라면 겉면의 유리만 바꿔주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이 저렴할 수 밖에 없다.


요즘은 깨진 강화 유리를 교체하여 사설 수리업체에 모듈로 공급해 주는 업체도 존재한다. 실제로 사설수리업체에 가 보면 강화유리+터치 스크린 + 액정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모듈을 교체헤 준다. 교체에 따른 시간도 절약되며 일정 수준의 수리 품질도 보장된다.



사설 수리업체는 수리용 부품 또는 중국 등에 수출하기 위해 멀쩡하게 버려지는 액정과 터치 스크린을 매입한다.


스마트폰에 가해진 충격이 심해서 액정이나 터치 스크린까지 고장난 경우도 있다. 사설 수리업체가 이를 수리 하려면 해당 부품을 확보해야 하는데 제조업체들이 이를 공급할리가 없다.


따라서 사설 수리업체들은 부품 확보를 위해 고장 수리 후 버려지는 정상적인 모듈을 매입한다. 강화 유리만 깨진 상태로 버려지는 모듈을 사 들이면 그 안에서 정상적인 터치 스크린이나 액정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깨진 액정', '파손 액정' 매입이라는 것을 통해 사설 업체들이 액정 부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확보된 액정 부품은 수요가 많이 발생되는 중국 등에 수출 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쓸모가 많은 액정이다. 


 

소비자의 후생 복지를 위해 제조업체들이 모듈 교체가 아닌 부품 수리 방식으로 전환하기를 기대해 본다.

 

스마트폰의 강화유리 또는 터치 스크린이 고장 났을 때 해당되는 부품만 수리한다면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A/S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경우 이를 선호하지 않는다. 개별 부품 단위의 수리 방식이 모듈 교체 방식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정책 변경에 따른 A/S 비용의 증가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일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거창한 화두를 꺼내지 않더라도 쉽게 공감될 수 있는 사안이다.


만약 스마트폰의 부품 단위 수리가 정착되면 제조업체들이 걱정하는 사설 수리 업체의 난립 문제 역시 해결된다. 제조업체의 A/S 센터에서 저렴하게 수리 받을 수 있으니 소비자들이 사설 수리업체를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중의 하나는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경제적으로 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법은 개별 부품 단위의 수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요즘 강조되고 있는 자원 재활용, 환경 오염이라는 화두와도 일맥상통하는 친환경적 정책일 것이다. 제조업체의 전향적인 A/S 정책 변경을 기대해본다.